이세돌 VS 알파고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03/28 [12:38]

지난 3월에는 한동안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이세돌과 알파고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많았던 대국이었습니다.
 
인류와 인공 지능의 대결

 
이세돌 9단은 여덟 살 때 아마추어 바둑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바둑 천재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열두 살이란 어린 나이에 프로에 입단해서 열일곱 살이 되자 32연승을 하며 한국 바둑계를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에 입문한지 단 8년 만인 2003년에 바둑의 신성이라 하는 최고 단수인 프로 9단이 되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이후 10년 동안 세계 바둑판은 이세돌 9단이 지배했습니다. 그는 각종 세계 대회를 휩쓸며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이세돌 대신 '이쎈돌'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바둑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알파고는 구글의 딥 인 마인드가 개발한 AI(Artificial Intelligence) 소위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컴퓨터입니다. 알파고는 그냥 일반 컴퓨터 1대가 아니라 무려 1202대의 수퍼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어서 계산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상대입니다.
 
알파고가 1초에 계산할 수 있는 바둑의 수가 10만 개라고 합니다. 똑딱하는 사이에 10만 가지의 수를 계산해 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보통 알파고가 1분에 한 수를 두기 때문에 10만 곱하기 60초를 하면 한 수를 둘 때 6백만 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가장 승률이 높은 지점에 바둑을 두게 됩니다.
 
즉 알파고의 한 수는 6백만 분의 1수입니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계산 능력입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인류의 대표와 인공지능의 대표가 벌이는 대국으로 세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알파고는 이미 판 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5대 0으로 이긴 바가 있기에 더욱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세돌 9단은 대국에 앞서 5대 0으로 이길 것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같은 자신감은 본래부터 이세돌 9단이 지니고 있었던 독특한 개성에 기인합니다. 한참 잘 나갈 때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또 한 번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대충 두었는데 이겼네요"
 
그러나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내리 세 번을 졌습니다. 알파고는 생각보다 너무 강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1천202대의 수퍼 컴퓨터가 계산한 수로 변칙적인 바둑을 두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게임을 하는 동안 초조하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하고 피로도가 쌓여갔지만, 알파고는 기계인 까닭에 긴장도 하지 않고 피곤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위대함 
 
이세돌 9단의 3연패 소식을 듣게 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이러다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처럼 인류가 컴퓨터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했습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그와 같은 두려움과 염려를 한 방에 날리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먼저 그는 “이번 바둑은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라고 하면서 자신은 그저 모든 인류 중에 한 사람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 '알파고가 강하기는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다. 그에게도 약점이 있고, 나는 그 약점을 찾은 듯하다.”라고 하며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단 세 번의 바둑으로 구글이 자랑하는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신의 한수라고 불리는 '78수'를 둠으로써 마침내 알파고를 이겼습니다.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3연패를 당하고 나서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감에 환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는 그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이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3연패를 당할 때에는 한숨도 나오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번을 이기고 나니 웃을 수 있고, 기뻐할 수 있고, 환호할 수 있는 인간이 위대해 보였습니다.
 
알파고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세계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있었던 것입니다. 희로애락의 만감이 교차하는 세계, 실망을 넘어 희망을 보여주고, 실패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세계가 인간에게는 있었습니다. 세 번을 질 때에는 한숨을 내 쉬며 탄식하지만 한 번만 이겨도 박수를 치며 갈채를 보내는 위로와 따스함을 지닌 심장이 우리 인간에게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에는 없습니다.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고, 희망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물론 위로할 줄도 모르고 따스하지도 않습니다.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거나 환호하지도 않습니다. 계산한 수 외에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오로지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서 계산해 내는 능력만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계산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심장이 없는 기계였던 것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계산을 해서 두어야 하는 것이 바둑이라면 인간은 결코 알파고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세돌 9단이 한 번을 이긴 것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쎈돌'이었기에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의 말처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승리가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계산능력에 있어서 컴퓨터나 전자계산기에 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만 숫자가 커도 계산기의 능력을 빌리고, 조금만 복잡한 공식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습니다. 세밀한 도면을 그리는 것도 컴퓨터가 하고, 고도의 계산을 요하는 수술도 컴퓨터가 대신 합니다. 계산하는 능력은 분명 컴퓨터보다 사람이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나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세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감히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기뻐하고 따뜻하고 희망을 꿈꾸는 세계가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서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그 고유한 세계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 세계가 있는 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이번 바둑은 그같은 인간의 위대함을 경험하는 시간었습니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경이로움
 
그러면서 저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다시금 경이로움과 경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차원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가지신 하나님의 세계, 인간이 결코 닿을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그 영원하고 초월적인 하나님의 세계에 감탄과 찬양을 보내게 됩니다. 온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영광과 섭리에 감탄과 경외를 돌립니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하나님은 우리보다 높으시고, 우리 생각을 초월하시고, 우리보다 강하십니다. 하나님은 인간과 달리 전능하시고 완전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따스한 심장보다 더 뜨거운 것이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주시도록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끊을 수 없습니다. 
 
인공 지능을 뛰어넘는 인간의 위대함을 알고 또한 인간의 차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 세계를 깨닫게 될 때, 우리의 인생은 바른 길을 갈 수 있고 이 세상도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호세아 6:3). 〠

정지홍|좋은씨앗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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