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전하는 발레리나, 시드니에서 첫 춤의 향연

문•화•예•술/발레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3/08 [11:23]
크리스찬리뷰 창간 20주년 기념 이화발레앙상블 초청 공연         

 
성서의 메시지를 발레로 재구성 

장대비가 한여름의 열기를 잠시 가라앉힌 토요일 오후, 발레를 통한 복음의 전령사가 시드니를 찾았다.


 
▲ 이화발레앙상블 ‘욥’ 공연 중에서     © 크리스찬리뷰

크리스찬리뷰(발행인 권순형) 창간 20주년 기념 이화발레앙상블(안무 신은경 교수) 초청 공연이 2월 6일(토) 시드니대학교 Seymour Centre 무대에서 화려하고도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이화발레앙상블은 1992년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재학생 및 졸업생을 중심으로 창단된 이래 국내외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현대 및 한국창작발레를 공연해왔으며, 발레예술의 창작화 및 레퍼토리 개발에 기여해오고 있다. 또한 오페라와 뮤지컬 등 관련예술과의 협연를 통해 예술 영역 간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성서의 메시지를 발레로 재구성함으로써, 발레의 대중화와 기독교 문화 영역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미 이화여대 학생 채플 시간은 물론, 연세대, 숭실대, 한동대 등 대학캠퍼스에서 선교 공연을 했고 2004년 이후 미국, 캄보디아 등 해외 공연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호주는 첫 방문공연이다. 이화발레앙상블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발레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의 예술성도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2월 6일 오후 4, 7시 2회 공연으로 펼쳐진 시드니 공연은, 이한선 외 17명의 발레리나들이 펼치는 첫 무대로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돌아온 아들>은 방탕한 생활과 굶주림을 끝내고 다시 아버지 품으로 돌아온 성서의 ‘돌아온 탕자’를 메시지로 담고 있다.
 
▲ 어메이징 그레이스 공연 중에서     © 크리스찬리뷰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달리 발레는 노래말이 없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몸짓과 눈빛,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탕자의 방탕한 생활과 뒤늦은 후회,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품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으며,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회개하고 돌아올 때 용서와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생생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달하였다. 우리 일상의 삶에서 기쁨과 슬픔, 후회와 회복 등 모든 장면이 마치 발레의 몸짓처럼 온몸으로 느끼지고, 온몸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2부는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독무로, ‘Amazing Grace’를 배경음악으로 진행되었다. 눈부시도록 투명한 발레의상과 하나님을 향한 진솔한 몸짓에 모든 관객은 숨을 죽이고 한 호흡으로 감상하였으며,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부는 <빠 드 꺄트르(Pas de Quatre)>로, 김정은 외 3인의 출연진이 발레의 우아한 테크닉과 묘미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빠 드 꺄트르(Pas de Quatre)는 마리 탈리오니(Marie Taglioni) 등 낭만주의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 4명을 한 무대에 세워 유럽을 들썩이게 했던 작품으로서, 1인 독무는 물론, 2인·4인 협무가 물 흐르듯이 연결되면서 예술적 긴장감과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특히 발레리나들의 가벼운 움직임은 마치 무대가 아니라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신선함을 주었다.

 
발레리나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마지막 4부는 성서의 ‘욥’을 주제로 한 공연이었다. 편안하고 다복한 삶을 빼앗기고 고통과 멸시 가운데 몸부림치는 욥을 오로지 ‘몸 동작’만으로 절절하게 표현하였으며, 하나님을 원망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깨달음을 얻는 욥의 전환(Turning point)을 분명하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욥을 주제로 한 4부는 모든 배경 음악을 찬송가 편곡으로 구성하여, 더욱 친근감있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단순히 성경 말씀을 발레로 만들었다기보다 성경 속의 인물을 연기하는 발레리나를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총 4부의 공연을 끝내고 이화발레앙상블을 대표해서 이화여대 정용석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목실장)는 시드니 한인사회의 평안과 발전을 기원했으며, 다시 한 번 호주를 찾게 되면 그 때는 "메시아 예수"라는 대작을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마지막 순서로 헨델의 메시아를 무용으로 승화시킨 ‘할렐루야’ 피날레로 시드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 헨델의 메시아 ‘할렐루야’ 공연 중에서     © 크리스찬리뷰

크리스찬리뷰 창간 20주년 기념 이화발레앙상블 초청 공연은 시드니 한인사회 첫 공연이었다는 의미 외에도 작품마다 돋보이는 창의성과 전문성, 복음적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안무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감동의 무대였다. 또한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지만 전혀 종교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대중성으로 더욱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이번 시드니 공연을 통해, 우리가 당하는 고난이나 기쁨 등 일상의 모든 희노애락은 결국 자신의 몸 속에서 나오고, 자신의 몸을 통해 회복된다는 귀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즉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요, 마음의 에너지가 몸으로 전해지고, 몸으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솔직한 행위인지를 다시금 알게해주는 시간이었다.

“기독교문화가 들어가면 인생이 풍요로워 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들이 우리발레를 본다고 곧바로 예수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들은 그들에게 씨 뿌리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글/최인숙(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교육부 교수)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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