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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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리뷰

기분 좋은 날이었다. 우리 일행은 시드니 하버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앉었다. 우리가 간 레스토랑은 귀한 손님이나 와야 가끔 갈 수 있는 수준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런 곳에 갈 때면 항상 식사 주문하는 것이 문제다. 늘 그렇지만 웨스턴 스타일의 레스토랑에서는 암호를 해독하듯이 메뉴판을 정밀하게 판독해야 한다. 혹시라도 무지로 인해 잘못 주문하는 날에는 표현은 못하고 격조 있게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문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끝내고 함께 간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멋진 전망과 함께 환상적인 식사를 나눌 기대에 차 있었다. 대화는 즐거웠고 종업원들의 태도에서도 무엇인가 다른 서비스의 질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엔트리가 나왔다. 우아한 그릇에 담겨진 앙징스러운 전채요리는 보기에도 예술품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엔트리로 나온 음식물 안에 결코 섞여 있어서는 안될 작은 불순물이 하나 발견된 것이다. 레스토랑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일어난 돌발 사건에 우리 일행은 당혹스러움과 불쾌감으로 웨이터를 불렀다.

우리의 당연한 항의에 웨이터는 물론이고 일순간 직원들 전체가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매니저까지 우리에게 찾아와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모처럼 손님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려던 우리는 사과를 받긴 했어도 기분은 금방 반전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명성 있는 레스토랑, 하버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 럭셔리한 장식들, 품격 있는 종업원들의 서비스, 그러나 아주 작은 결함은 그동안의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예기치 않는 사건으로 비싼 돈을 들여 손님들을 접대하고자한 주빈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작은 결함이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고 말았다. 작은 실수가 그 좋은 시설들이나 명성을 흔들고 놓고 말았다. 우리 일행 역시 좋은 분위기가 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어색함이 흘렀다. 서로의 어색함을 안으로 숨긴 채, 별 것 아닌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기분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렀다.

마침내 메인 코스가 나오고 그럭저럭 다 먹고 나자 디저트를 주문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웨이터들이 줄을 지어 우리 쪽을 향하여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문하지도 않은 화려한 디저트들이 우리 테이블에 올려졌다. 우리의 눈은 이전에 보지도 못했던 각종 디저트들의 화려함으로 빠져들었다. 아마도 레스토랑 측에서 우리에게 보여준 일종의 연출이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고자 한 것이다. 건성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느낌이 전달되었다. 손님들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있는 동안 우리 일행은 조금 전에 일어났던 실수를 거의 잊어버릴 뻔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들의 정성어린 사과로 인해 앞으로도  그런 실수는 얼마든지 또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의 변화였다. 기분 나빴던 일이 좋은 경험으로 바뀐 것이다. 진심이 통한 것이었다.

캔 블랜챠드는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썼다. 밋밋한 사과가 아니라 진실한 사과는 위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을 감추는데 명수다. 합리화하거나 부정해 버리든지 아니면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에 대한 공격을 일삼기도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인간 죄성의 뿌리 깊은 자존심이 훼손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은 실수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범죄학에서는 ‘깨어진 유리창 법’"이라는 것을 다룬다. 어느 건물에 깨어진 창문 하나를 방치해 놓았을 때 그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나중에는 건물 전체가 초토화되고 만다는 것이다. 작은 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작은 실수 하나에 대한 진실 되고 사려 깊은 접근은 얼마든지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한 반응이다. 아주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삶의 태도는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전망 좋은레스토랑에 앉아서 전망보다 더 탁트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이규현/시드니새순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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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29 [17:35]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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