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인가? 병원인가?

송영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5/30 [11:02]
©Jason Krieger     


이민자의 삶 속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 크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사람이 제한되어 있다. 주말에는 기껏 비치에 가거나 공원에 가는 일인데 그것도 매주 할 수 없다. 그 외에는 집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것이 낙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럴까?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던 분들도 한국사람이 모이는 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은 교회에 나가게 된다. 그러다 예수믿게 되는 분들도 제법 많다. 그래서 이민 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것 같다.

 

이민자의 삶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교회를 향한 기대치도 높아진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긴다. 교회가 기대치를 만족 시켜주기보다는 실망이나 환멸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개인의 삶이나 함께 일을 해보면 안 믿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 오면 용서와 사랑을 경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교인들끼리 싸우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실망이 안 될 수가 없다. 교회를 여기저기 찾아서 전전하며 이상적인 교회를 찾지만 그런 교회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니다가 그만두기로 결정을 하거나 집에서 혼자 믿는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고 있다.

 

교회에 실망했는가?

 

왜 교회에 대하여 실망했을까? 교회에서 천국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교회를 찾는 이들은 이상적인 교회에서 신앙생활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 있는 교회의 모습은 천국의 모습보다 병원의 모습이 더 가깝다.

 

교회는 죄인들이 구원받은 곳, 영혼의 질병이 치유받는 곳이며 거만하고 이기적이고, 혈기부리고, 도둑질하고, 술 담배 각종 중독에 찌들린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받고 치료받는 장소가 바로 교회라는 말이다.

 

주님이 생각하셨던 교회도 음부의 권세 아래 있던 죄인들이 구원받는 곳이다. 신약교회의 모습도 거룩한 성도가 모여 예배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죄인이 모여 구원받고 치료받는 곳이다. 세상의 병원은 육신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교회는 영혼의 치유와 구원이라는 목적이 다른 뿐이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듯이, 교회 또한 하나님 없이는 도저히 혼자서는 바로 설 수 없음을 인정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자들이 모이는 곳이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다.

 

교회에서 치유가 일어나려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용납 받고 이해 받는 따듯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치부를 내어 보일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아픈 사람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나무라지 않듯이 말이다.

 

회심한 청년의 고백

 

늦은 나이에 회심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목사였다. 한참 방황하던 학창시절 아버지에게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아들의 반항에 아버지는 “그럴 거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아마도 홧김에 그랬을 것이다. 그 뒤로 그는 집을 나와 오랜 시간 아버지를 떠나 방황을 했다. 당연히 교회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병실에 누워 아들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아버지를 다시 찾게 된 것은 병실앞에서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손을 잡으시더니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시고 돌아가셨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술을 한 잔 따라 드려야 할지, 기도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했다.

 

©Aditya Romansa     

 

그 후 그는 자신의 아픔을 그대로 들어주고 사랑해 주는 목장모임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방황하는 청년들의 목자가 되었다. 그들 위해 밥도 사주고 아픈 이야기도 들어 주는 삶을 살면서 그가 한 고백은 “행복합니다” 였다.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했는가? 누군가를 따뜻한 마음으로 섬기고 사랑하는 일은 무척 고된 일인데 말이다.

 

홍예숙 사모의 간증 책 ‘나는 진실로 행복한 사람’ 중에 고아원 원장과 대화 내용을 통하여 깊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 고아원 원장은 너무 속을 썩이는 고아들 때문에 이제는 그만 고아원을 접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홍예숙 사모는 고아원 원장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 주었다. 고아원 운영이 개인의 사업 수단이나 돈벌이를 위해 하지 말고 고아들을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진짜 고아들의 엄마 아빠가 되어 달라고하였다.

 

실제로 사모가 잠시 고아 사역에 동참을 해보니 고아 사역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고아들은 상처 많은 아이들이라 말과 행동… 조심할 것 투성이였고, 그렇게 희생하고 섬겨주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와 성질을 주체하지 못하고 반항을 했다.

 

그러나 기도하며 진짜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들어주고 끌어안아 주었더니 결국 변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했더니 중요한 것은 자신이 행복해지더라는 것이었다.

 

교회란 무엇인지 또 목회란 무엇인지 적용이 되었다. 목회란 설교하고 가르치기 전에 나에게 맡겨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살리는 삶은 가장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교회는 천국이라기보다는 병원이다. 우리 주변에는 영육간에 병들어 신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교회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다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런 영혼을 품어 주고 치료하고 살리는 곳이 교회이다.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모인 교회는 실망스러운 일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것이 교회가 이 땅에 존재 하는 이유이며 사명이다. 병들고 아픈 이들을 바라보며 실망하기보다는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을 살리는 삶을 살아간다면 내 마음에 천국이 임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송영민|시드니수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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