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가정 상담 코너] 그림자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3/12/22 [14:43]

Q: 이제 나이가 드니 모든 것이 허무하고, 내가 가진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싫고, 직면할 자신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A: 중년기가 되면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예전의 강건함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몸에서 칼슘이 빠져 나가고 주름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하고 성적인 능력도 약해지기 시작한다. 약해지는 육체를 보면서 중년기의 사람들은 인생의 후반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면서 회한에 빠지기도 하고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무엇인가 삶의 신선함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외적인 것을 추구하며 달려왔던 사람들이 내적인 것을 찾게 되는 시기기도 하다. 

  

최근에 아주 오랫동안 가까이 있었던 지인을 바라보면서 내 안에 그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일정한 선을 긋고 더 가까이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 사람과 부딪히는 면이 생기지 않을 수는 있었다. 

  

그런데 내 안에 왜 그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그 사람이 나의 컴플렉스를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했던 나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대부분 상황에서 친구를 맞추어 주는 사람이었는데 친구 중에 아주 얄미울 정도로 자기 주장을 너무나 잘하고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가까이 하면서 왠지 나는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까이 있는 지인이 그 친구와 외모가 닮았을 뿐 아니라 성격적인 부분이 닮아서 나도 모르게 ‘이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내가 끌려다닐 것 같아. 또는 손해를 볼 것 같아’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있었던 그림자로 인해서 한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이 작용한 것이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잘 통합하는 사람은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또한 창조력, 활력, 영감을 얻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중년기의 삶에서 그림자를 억압하지 않고 그것을 인식하고 오히려 표현하고 현재의 자아에 통합을 하면 그 사람은 인생의 오후에서 더 풍요로운 관계의 축복,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그 그림자를 마치 보물 상자처럼 내면 깊은 곳에 꼭꼭 자물쇠를 채워두고 모셔두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마치 누가 살짝 손이라도 대면 큰 일이 날듯이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애써 감추려 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은 인생의 오후에 불안과 긴장을 놓지 못하고 고립적이고 외로운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될 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꺼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통찰을 얻는 사람은 마음이 가벼워질 뿐 아니라 얼굴 표정도 변하고 남은 삶을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축복을 얻게 된다. 내 삶에 일어난 내 자신의 이해와 삶의 의미의 발견이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된다. 연약해진 육체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중년기에 필요한 것은 내면의 돌봄이다. 애써 시골에 살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그렇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웃음과 여유를 가져다 주는 것처럼 나의 그림자를 그대로 인정할 때 성숙한 사회 기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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