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가 주는 교훈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4/04/23 [12:41]

▲ 제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가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호주에서 실시되었다. 4개 공관에서 실시된 투표 현황은 확정 선거인 수 5,225명중 3,380명이 투표에 참여하여64.7%의 투표율을 보였다.©크리스찬리뷰     

 

4.10 총선이 끝났다 

 

전 국민 투표율 67%, 1992년 총선(71.9%) 이후 32년만에 최고이다. 사전 투표율 역시 31.28%로 사전투표제도가 적용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해외동포 투표율 역시 62.8%로 역대 국회의원 선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국회의원 선거 역대 최고의 투표율은 그만큼 이번 총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번 총선에 해외동포를 포함 전 국민의 참여가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을 향한 국민적 열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투표결과가 보여준다. 

  

야권 압승, 여당 참패

  

국회의원 의석 총 300석 가운데 정부 여당인 국민의  힘(90석)과 국민의미래(18석)는 108석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고, 더불어민주당(161석)과 더불어민주연합(14석)은 175석을 확보하여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을 넘었다. 

  

여기에 출범 한 달만에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비례의석으로만 12석을 확보해 원내 3당의 지위를 당당하게 차지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지역구 1석, 비례의석 2석으로 3석을, 새로운 미래당은 지역구 1석, 그리고 진보당도 지역구 1석을 확보했다. 

  

국민의 힘과 국민의 미래를 제외한 범야권을 다 합치면 192석이다. 민주당의 ‘압승’이고 국민의 힘의 ‘참패’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 한 여성 교민이 투표 용지를 봉투에 넣고 투표함에 넣고 있다.©크리스찬리뷰     

 

사실 투표 직후 지상파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는 모두 범야권 200석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200석이 갖는 의미는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고, 범야권 단독으로 개헌 및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 

  

많은 국민들이 200석을 기대했던 것은 모든 것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을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은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엄중한 심판 

  

총선은 보통 집권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집권 2년도 안된 여당이 이처럼 큰 격차로 야당에 패했다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보여준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것은 한마디로 국정 무능과 불통 그리고 공정과 상식을 그렇게 외쳐대지만 정작 공정과 상식을 본인이 무너뜨린 전횡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 최대의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국가 경쟁력의 토대를 무너뜨렸고, “대파 한 단 875원이 합리적” 운운하며 민생경제에 대한 무지와 무대책을 드러냈다. 여기에 야당과 전정권에 대한 비판을 해대면서 ‘김건희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9개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이다. △양곡 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개정안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종섭 피의자 호주대사 임명, 4.10 총선 변곡점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대상에 출국금지 상태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결국 공정과 상식을 그렇게 부르짖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인 전 국방부장관 이종섭을 호주 대사로 임명 강행한 것이 4.10 총선의 변곡점이 되었다. 

  

수사 외압의 몸통 의혹을 받는 윤대통령 자신을 향해 공수처 수사가 조여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종섭 전국방장관의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신임장 수여식도 생략한 채 호주로 보낸 것은 그가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이 정작 본인에게는 상관없는 내로남불의 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호주 동포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규탄집회를 가졌고 이 소식은 한국 미디어로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었던 대통령이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두둔하고 빼돌림으로 사법질서를 교란하게 하여 국민적 반발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총선 이후

  

4.10 총선이 끝난 현재,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을 것이란 예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 ‘대파’ 논쟁이 일어난 것은 일상에서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고물가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도 물가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더욱 크게 남아있다. 

  

더욱이 지난해 국세가 예상보다 56조 4천억 원이 덜 걷혀 역대 최고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 윤 정권 출범 후 연속해 세수 펑크를 낸 것도 과거 박근혜 정부 이후 9년 만이다. 국가의 빚이 1천100조를 넘어 국민 일인당 채무는 2천2백만 원에 달하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 결산 보고서를 4월 10일 이전에 발표해야 하는데 윤 정권은 총선에 영향을 줄까 봐 총선이 지난 다음날 발표했다. 국가 결산보고서가 4월 10일을 넘긴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캔버라 연방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피의자 이종섭 호주 전국 총집합 규탄집회. 이 집회에 NSW 주 노동당 소속 캐머론 머피 의원이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머피 의원은수사를 받고 있는 문제가 많은 인물을 대사로 파견한 것은, 상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고, 해외 한국 동포들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크리스찬리뷰     

 

아직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다. 남은 3년을 지난 2년 동안 보여주었던 불통과 오만, 국정 무능과 무책임, 민생을 챙기지 않고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길로 계속 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한인 이민자로 호주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최근 5년간 한국의 위상이 이렇게 높아진 것을 경험해보긴 처음이다. 한국인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부러운 눈길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따뜻한 호감도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높은 문화의 힘과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렇게 어렵게 세워진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순간에 망가지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PhD)

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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