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새해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12/26 [11:36]

새해의 세리모니

 
그날도 저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마을  뒷산으로 힘들게 올라 갔습니다. 그때 제 나이 10살 정도 되었을 때입니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날은 어느 해 새해 아침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새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마음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 해양환경국민연합 주최 제5회 사진공모전 금상작 ‘일출과 갈매기들’(이강호)     ©이강호


꽤 오랫동안 산을 올랐고 산 꼭대기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산 꼭대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벌써 어떤 아주머니는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소원을 빌고  있었습니다. 무슨 소원이 그렇게 많으셨는지…

드디어 저 앞바다가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그토록 기다렸던 새해의 첫날 아침 해가 떠오르기를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그 아침의 해가 크게 보였던지요. 이곳저곳에서 각자의 소원을 비는 모습들이 보였고 어린 저도 뭔가를 빌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또 힘들게 산을 내려왔고  집에 들어가서는 못다 잔 잠을 채우려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그 새해가 중천에 걸릴 때까지 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새해가 올 때마다 제가 어릴 때 했던 새해의 세리모니였습니다.

해마다 새해의 첫날은  이런 새해 행사를 치르느라고  하루 종일 피곤했습니다. 그렇게 새해 첫날은 지나갔고  또 다른 날들이 365개가 지나가면서 그 해도 저물어가 버렸던 것입니다. 어릴 때는 새해가 되면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점점 머리가 커지면서 그것이 부질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새해에  뒷산에 오르는 일은 자연스럽게 중단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새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막연한 기대를 줍니다. 뭔가 나에게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 주기를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입니다. 막연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합니다만 그 새해에 나에게 주어진  365개의 날들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새해를 24시간 개념으로 보아야

어떤 어린 꼬마처럼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새벽 잠을 설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긴 했는데 그날 하루는 반나절을 이불 속에서 잠을 자 버리는 것처럼 새해에 대한 소망만 잔뜩 가진 채 아무 노력이 없다면 그 새해는 또 다른 날들과 아무런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앞으로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새해가 남아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나의 소관이 아닌 하나님의 소관입니다. 그 누가 앞으로 자기에게 몇 번의 새해가 더 남아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언제까지 새해가 오면 막연한 소원만 빌고 앉아 있을 것입니까? 그런 것은 철부지들이나 하는 아무 양분도 없는 헛 세리모니입니다.

꼭 어린 초등 학생들이 이제부터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열심히 생활 계획표는 잘도  짜는데  하루 종일 짜느라고 힘들다면서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하면 된다면서 그날부터 생활 계획표대로 살지 못하고  펑크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런 노력이나 수고가 없는 계획이나 소망은 한마디로 시간 낭비입니다. 아무런 소망이나 계획이 없이 맞이하는 새해도 한심한 일이지만 아무런 애씀이나 노력도 없이 막연히 소원이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더 한심한 일입니다.

하루하루가 새해가 되어야 합니다. 하루하루를 새해의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새해가 복된 한 해가 됩니다. 그런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한 해를 만들고 귀한 결실들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시드니에 사는 사람 중에는 새해 전날 밤에는 불꽃놀이를 즐기느라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다가 그  새해  첫날 아침부터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지는 이상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불꽃놀이는 볼 때는 뭔가 화려하고 번쩍번쩍하고 요란하고 대단한 것 같은데 금방 그것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져 버립니다. 뭔가 조금 전까지는 대단한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 사랑의 여객선 세계 최고령‘둘로스’호가 지난 2008년 8월 28일 시드니항에 입항하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새해가 불꽃놀이처럼 되어서는 안됩니다. 뭔가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새해가 되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허무하고 허전한 일입니까?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 땅에서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 기쁨의 단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들을 잘 활용하여 하나님 앞에 귀한 결실들을 가지고 나올 수가 있어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새해가 되어야 하고 새해가 하루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맨날 허황된 꿈만 가지고 멍청하게  턱을 고이고 앉아 있을 시간들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한해 한해가 그렇게 맥없이 흘러가 버리는 것입니다. 새해를 365일로 보지를 말고 24시간의 개념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2012년을 산다면 이 한 해는 정말 기쁨의 단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태양은 늘 같은 태양

몇해 전 시드니 항에 전 세계를  항해하면서 선교하는  둘로스 선교선이 들어왔습니다. 그곳에는 한국 선교사들도 계셨습니다. 그 분들을 초청하여 어느 성도 댁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선교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배를 타고 가다 어느 바다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항상 그 바다에서 떠 오르는 태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카메라 렌즈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더라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그렇게 찍은 바다에서의 일출장면을 사진으로 뽑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렇게 여러 다른 바다에서  다른 시간에 찍었던 일출 장면의 사진들이 모두 다 하나같이 똑같더라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입니다. 바다는 다 똑같은 바다이고  태양은 늘 같은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늘 그러하듯이 2012년도 365일입니다. 우리 역시 대부분 시드니에서 살 것입니다. 태양이 변치 않듯이 우리 하나님도 변함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달라져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 자신이 달라져야

나 자신이 달라지면 새해가 달라질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우리 자신 각자 각자가 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고치지 못하고 끊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 오고 있는 오래된 낡은 습관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차일피일 미루어 오고 있었던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고쳐야 하고 끊어야 하고 미루어 왔던 것들을 실천할 때입니다.

▲ 김성두 목사     ©크리스찬리뷰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는 이유는 내가 언제 또 다시 다른 새해를 계속하여 맞이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설 때를 우리는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하나님께서 언젠가 우리에게 내가 너에게 준 그 많은 새해들을 어떻게 보내었느냐고 물으시면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가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느냐는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 돈으로 주를 위해, 주의 복음 전파를 위해, 주의 피로 값주고 사신 교회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를 물으실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을 우리는 이 땅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가 이 땅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 건강으로  주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실 때 우리는 그 대답을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떤 유명한 이름을 남겼는지, 못 남겼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얼마나 많이 드러났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그 문제의 답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2012년 새해에 우리는 하나님과 계산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새해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새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2012년 새해가 하나님 앞에서 남는 장사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하나님께로부터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 은행 이자율이 얼마나 내릴지, 또 오를지 우리는 모릅니다. 새해에 경기가 좋아질지, 더 나빠질지도 우리는 모릅니다. 새해에 내 사업이 잘 될지, 더 힘이 들지 우리는 지금 모릅니다.

지금 알 수 없는 것들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새해에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 시간들을  낭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다보면 어느새 하나님 안에서 내 소원들과 바램들이 이루어져 나가는 모습들을  실제로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2012년이 만들어진다면 올 한 해는 정말로 하나님 앞에서 축복된 한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2012년 새해를 보낼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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