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국일과 호주 건국일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9/30 [11:17]
2008년 9월 26일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다. 그곳에서 ‘건국 60주년 태극기 특별전’이 열렸다. 다양한 종류의 태극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태극기는 1886년부터 1890년까지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활약하였던 미국인 데니(Owen N. Denny)씨가 1890년 귀국할 때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다.

이 태극기는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태극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며 일명 ‘데니 태극기’라 불린다. 전시물을 관람하며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1948년 8월 15일’이라면, 도대체 '개천절'은 무슨 날인가?

개천절(Foundation Day)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늘을 열었다는 '개천’(開天)이란 말은 환웅이 하늘에서 백두산의 신단수 아래로 내려온 것, 혹은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처음 건국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반 만 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민족이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만약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개천절에서 찾는다면 건국일은 8월 15일이 될 수가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대한민국’이라 하면 북한을 포함한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북한은 1948년 9월 9일 '조선인민민주공화국’을 건립했다. 그리고 1991년 남북한은 UN에 160, 161번째 국가로 동시 가입하였다. 분명 작금의 한반도에는 두 나라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남북한이 갈린 것은 광복 이후 이념의 대립에 의해 생긴 결과가 아닌가! 역사의 공통분모를 광복 전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하나됨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캔터베리 카운슬' 주관으로 ‘종교 간의 대화’가 있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인이 한 팀이 되어서 하나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세 종교 모두 아브라함을 ‘믿음의 아버지’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아브라함을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종교 간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 대한민국의 통일 해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국은 산업혁명 후 죄수들이 차고 넘치자, 대안으로 해외 ‘유형 식민지’(Penal Colony)를 개척하기로 결정했다. 1776년 미국이 독립하면서 더 이상 죄수들을 보낼 수 없게 되자, 1788년 아더 필립(Arthur Philip) 선장이 지휘하여 11척의 배에 778명의 죄수(192명 여자, 586명 남자)를 포함한 1천500여 명의 인원이 탑승한 첫 함대가 시드니 항구에 입항하여 식민지 건설을 시작하였다.

1788년과 1792년 사이에 약 3천546명 남 죄수와 766명 여 죄수가 시드니 항에 도착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 범죄자’(professional criminals)로서 정착하는데 적합한 기술이 없었다. 1790년에는 음식 문제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그해 6월에 도착한 사람들은 1/4이 병들어 죽었다.

1791년부터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 1793년 2월 16일에 최초로 죄수가 아닌 '자유 정착민'(Free Settlers)이 도착하였다. 마지막 죄수 호송인 1868년까지 약 16만 명에 달하는 죄수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 호송되었다.

백인들은 필립 선장이 시드니에 도착한 1788년 1월 26일을 ‘호주 건국일’(Australia Day)로 정했다. 하지만 원주민(Aborigine)들은 이날을 ‘침략일’ (Invasion Day)로 규정했다. 이주자들에 의하여 대량학살이 시도되었고, 원주민들은 유럽 문명과 접촉하게 되면서 이들의 관습과 전통이 파괴되었다.

2008년 케빈 러드 총리는 매년 5월 26일을 ‘National sorry day’로 정하여,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한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그렇다면 이제 호주의 건국일은 언제가 되어야 하나? 〠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 한인사역(Korean Ministry) 및 수용소 담당관(Chaplain, Detention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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