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Killing field)에서 리빙필드(Living field)로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2/24 [11:33]
 
▲ 구세군 캄보디아 대표부 임향 사관(왼쪽)과 필자 김환기 사관이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했다.     © 김환기
 
호주구세군의 ‘극기헌금’(Self Denial Appeal) 촬영을 위하여 지난 1월 15일부터 23일까지 일 주일 동안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구세군에서는 매년 4월에 세계선교를 위한 ‘극기헌금’을 한다. 막연하게 ‘선교헌금’을 하는 것보다는, 사용될 곳의 구세군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위함이다. 촬영팀 3명을 포함하여 모두 5명이 캄보디아를 찾았다. 이번 촬영은 2015년 ‘극기헌금’을 위한 것이다.

캄보디아는 동남아에 있는 나라로, 베트남, 태국, 라오스와 국경이 맞닿고 있다. 크기는 남한의 1.8배 정도 된다. 나라 이름이 ia로 끝나는 것은 땅(The Land)이라는 뜻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은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한국이 외국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할 때라 ‘프란체스카 여사’를 환영할 때 호주국기를 걸기도 했다고 한다. Australia 란 ‘South Land’, Austria는 ‘East Land’라는 뜻이다. Cambodia는 ‘Golden Land’ 또는 ‘The land of Peace and Prosperity’로 평화롭고 부요한 나라란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왔다. 캄보디아는 세계적인 문화재인 ‘앙코르 와트(Angkor Wat)’와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잘 알려져 있다. 특별히 '폴 포트' (Pol Pot)란 잔인한 독재자는 농촌에서 공산주의 게릴라 운동을 펼치던 ‘크메르루즈(Khmer Rouge)’의 지도자였다.

그는 캄보디아를 ‘농민의 천국’으로 만든다는 명목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1975-1979까지 무려 200여만 명의 지식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인류 역사상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 이후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죽인 사람의 시신을 쓰레기같이 버린 전국 343곳을 ‘킬링필드’’라고 한다.
 
▲ 킬링필드(‘죽음의 뜰’이란 의미) 희생자들의 유골들      © 김환기
 
리빙 필드 (Living Field)
 
캄보디아를 ‘Killing Field’ 에서 ‘Living Field’로 바꾸기 위하여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한국 파워는 어디에서나 쉽게 느낄 수가 있었다. 시내 중심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간판은 ‘삼성’이다.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많은 승합차는 한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이곳에는 새 차가 거의 없다. 여기저기서 한글이 적힌 승합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속셈학원, 태권도, 어린이집’ 등의 한글로 쓴 차량들이다.

같은 장소에서 짧은 시간에 ‘경희대 태권도’라고 쓴 차량을 두 대나 보았다.

특별히 기독교 단체에서는 이곳을 동남아 복음화의 전초기지로 삼고 2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인접한 국가인 라오스나 베트남 등에서는 아직도 선교의 자유가 없다.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하여 관대한 편이다.

이곳에는 4천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은 선교사라고 한다. 가난한 나라의 선교는 저들이 필요한 그 무엇을 주면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의료와 교육’이다. 깨끗한 물이 부족하여 수인성 병이 많이 발생되고,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다. 
 
▲ 프놈펜 슬럼가에 위치한 구세군 사역지 거리      ©김환기
 
뿐만 아니라 ‘킬링필드’로 인적자원이 고갈된 상태이어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부모들은 사는 것이 힘들다 보니 아이들을 학교 대신 일터로 보내고 있다. 지금 캄보디아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주어야 한다.

수도 프놈펜에는 선교사들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헤브론 병원이 있다. 병원에서는 진료는 물론 필요하면 수술까지 무료로 해 준다. 상주하는 의료팀도 있지만 단기선교 의료팀이 구성되어 올 때면 많은 환자를 한꺼번에 치료해 줄 수가 있다.

학원선교를 하는 시골 마을도 찾아 갔다. 그곳은 부산 로터리 클럽과 교회가 연합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없는 시골에 초등학교를 세워 교육과 더불어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다.  중학교도 세워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들여 올해부터 중학교를 개교하게 되었다. 그곳 선교사는 구세군에서 고등학교를 맡아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 구세군 프놈펜 교회 주일학교 예배 장면      © 김환기
 
한국 구세군 (Korea Territory)
 
구세군이 공식적으로 캄보디아에 개전된 것은 2012년 11월 22일이다. 구세군은 개전하기 전부터 ‘청소년센타’(Youth Hostel)를 운영하고 있었다. ‘청소년센타’란 농촌에서 프놈펜으로 공부하러 온 가난한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여 주는 시설이다. 

2012년 3월에 구세군 아현 영문에서 캄보디아 개척자금 1억을 헌금함으로 급물살을 타고 개척 준비를 하게 되었다. 2012년 10월 29일 초대 담임사관인 신진균, 임향 사관의 파송식을 갖고, 11월 16일에 구세군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종교단체 등록승인을 얻은 후, 공식적으로 2012년 11월  22일 개전하게 된 것이다.

구세군이 위치한 곳은 슬럼가이다. 집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다. 아침에 일어나 쓰레기 속에서 쓸 만한 그 뭔가를 분리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교회에는 250여 명의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참석한다. 예배가 끝나면 빵과 우유를 나누어 준다. 매주 280개를 준비하는데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주일 성결예배는 학생, 청년을 포함하여 100여 명이 참석을 한다. 예배 후에 도시락을 나누어 준다.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회는 늘 아이들로 법석이고 있다. 윗도리를 입지 않고 오는 아이도 있고, 신발을 신지 않고 오는 아이도 있다. 가끔 맨발로 왔다가 갈 때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가는 아이도 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한국에서 신발을 가지고 와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다음 주 아이들은 다시 맨발로 등장한다. 정말 감사한 것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캄보디아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구세군은 ‘청소년센타’(Youth Hostel), ‘방과후교실’(After School)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센타’에는 8명의 대학생이 기숙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학생들에게 용돈도 준다. 학생들은 달란트를 통하여 ‘방과후교실’과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프놈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은 신 사관의 설교를 통역한다. 이번 취재의 주인공인 ‘춘림’은 농대를 다니고 있는데, 꿈이 목회자라고 한다. ‘춘림’은 주일에는 찬양 인도자와 주일학교 교사로 교회를 섬기고, 평일에는  ‘방과후 교실’의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구세군 본부의 ‘의료 친교회’에서 보내준 상비약은 중요한 선교의 도구이다. 얼마 전 구세군의 도움으로 두 사람이 헤브론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그분들은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또한 구세군은 캄보디아에서 수술할 수 없는 심장병 어린아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수술해 주고 있다. 2013년에는 봄에 10명, 가을에 13명의 어린 아이를 수술해 주었다.

아직까지 캄보디아에는 외국인이 땅을 살 수가 없다. 유일하게 땅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법인이름으로는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세군은 앞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땅을 매입하여 본격적인 사역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 사관의 비전은 도시뿐 아니라 지방에도 ‘청소년센타’를 세워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캄보디아 사역은 현지인으로 대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캄보디아인을 위한 사역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역자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지방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청소년센타’를 세울 수 있다면, 지속적인 연계를 가지고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선교의 승패는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있다. 같은 돈이라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선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악하게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구세군은 무엇하는 단체입니까?”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구세군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키우는 단체입니다.” 살린다는 것은 ‘개인구원’을 위함이요, 키운다는 것은 ‘타인구원’을 위함이다. 구세군 창립자인 윌리암 부드도 “내가 구원 받은 것은 남을 구원하기 위함이다”(Saved to save) 하지 않았던가! 〠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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