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초정밀 폭격기, 잠자리

배용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4/29 [11:44]

한국의 가을하늘은 손을 아무리 내뻗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색이다. 그래서 인지 분홍색과 흰색의 코스모스와 핏빛 단풍이 어우러지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버린다.

여기에 붉은 몸통의 고추잠자리가 다소곶이 앉아 있으면 영락없는 꿈길이 되어 환상의 날갯짓이 시작되곤 한다. 그 고고한 품격과 가녀린 몸체로 인해 여인들의 가슴에 하늘거리는 장식으로도 어울리는 잠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약 7천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잠자리는 식성이 좋아 모기나 파리 같은 곤충을 수 십 마리를 먹어치우는 것은 보통이고 하루에 적어도 모기 150마리 정도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가녀린 몸체를 하고 있는 잠자리가 알고 보면 자연에서 기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 자연의 초정밀 폭격기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초정밀 폭격기라는 말은 목표물이 정해지면 공격이 거의 실수가 없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백수의 왕 사자는 먹이를 얻기 위해 열 번을 공격하여 두세 번 정도밖에 성공하지 못하며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도 50%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잠자리는 먹이를 포착하면 거의 95%를 성공시킨다니 미국의 가공할 무인폭격기 드론(Drone)이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에서 그 위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무인폭격기 드론은 그 명중률과 살상 효율성으로 인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최첨단무기이다. 국제 테러집단 알 카에다의 지도자 30여 명 중 22명이 이 드론에 의해 생명을 잃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이 비행기는 현장에서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고 폭탄을 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으로부터 수천 Km나 떨어져 있는 미국 버지니아 주 랭리의 CIA본부에서 낵타이를 맨 직원이 컴퓨터스크린으로 현장을 보고 스위치를 누르면 상황이 끝나 버리는 기막힌 무기이다.

이와 같이 잠자리의 첨단능력은 사람을 능가하는 판별력을 가진 신경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뇌와 목표물에 가까워질수록 먹이의 크기는 커져 보이는 반면 초점은 더 고정되는 눈, 그리고 먹이 사냥의 성공률과 직결되는 뛰어난 비행술을 구사할 수 있는 날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몸통의 전면부에 몸통보다 더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눈은 잠자리가 자랑하고 있는 첨단장치의 집합체이다. 낱눈 1만 개가 모여 3개 그룹의 겹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해상도 3만 픽셀 정도로 선명하게 상을 만들며 목을 360도 회전이 가능하여 목표물을 실수 없이 포착할 수 있다. 아울러 4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잠자리는 초당 비행속도가 10m(꿀벌 5m, 나비 2m)로 빠르고 몸체의 순간변환과 정지비행이 가능한 고도의 비행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잠자리도 약점은 있다. 청각과 후각이 없어 생존을 시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만 발각되지 않으면 소리를 쳐도 도망갈 줄을 모르는 바보이기도 하다. 이런 잠자리의 시각을 모방하여 만든 현대전의 총아가 헬리콥터이다.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할 수 있어서 조종사의 육안식별이 용이하여 재난 구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전장에서는 병력의 신속한 이동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잠자리의 속도를 현대과학이 따라잡지 못해 전자전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전에서는 적의 목표가 될 수도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에는 수억 년 전에 70cm 정도로 컸던 잠자리가 진화를 완료해서 지금의 작은 잠자리로 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에 나타난 잠자리는 그런 잠자리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크기의 잠자리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대형 잠자리는 그간 멸종되었지만 보통의 잠자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화하지 않고 그대로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잠자리와 같이 자연의 작은 미물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생명체는 처음부터 그런 모습으로 창조되어 지금까지 생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때 원숭이로부터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억지 주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
 

배용찬|멜본한인교회 은퇴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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