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돌아 온 ‘아리스토텔레스’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7/27 [10:14]
아리스토텔레스가 유럽을 떠난 것은 스승 플라톤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유럽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난 것은 어거스틴 때문이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은 이데아의 그림자일 뿐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플라톤의 가르침을 뒤집어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은 질료 속에 있다>. 즉 이데아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 속에 있다고 했는데 어거스틴이 그 아리스토텔레스를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다.
 
어거스틴의 이런 태도는 유럽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럽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배척했다. 쫓겨난 아리스토텔레스를 알아 준 것은 동방정교회와 이슬람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들 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신 플라톤을 차용한 어거스틴은 상종가를 쳤다. 계시를 강조하고 이성을 소홀히 여겼으며 신앙을 절대시하고 과학(학문)을 배제하였다. 이원론의 세계관이 아무런 저항없이 빠른 속도로 전 유럽에 확장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다시 유럽으로 돌아 오게 한 사람은 <이븐 시나>라는 아랍인이다. 
사람들에게는 아비센나 (Avicenna)라는 라틴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븐 시나는 페르시아가 낳은 뛰어난 철학자요 의학자인데 AD 980년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만 왕조 태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0살 때 코란 전 권을 한 글자도 빼거나 틀리지 않게 암송할 정도로 비상한 천재였다. 그를 가르칠 만한 스승이 없어 심오한 그의 학문이 거의 독학으로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특별히 좋아하여 <형이상학>을 40회나 정독했으며 그의 철학을 기반으로 그리스와 아라비아의 사상을 집대성하였다. 그를 <이슬람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븐 시나의 사상은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아퀴나스는 12세기 후반 유럽의 아리스토텔레스 부흥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유럽으로 돌아 온 아리스토텔레스는 토마스 아퀴나스로 인하여 만개하고 중세유럽의 사상을 주도한다. 특별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보편논쟁에 있어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보편논쟁이란 보편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철학논쟁이다. 빨간색을 예로 든다면 빨간색은 인식속에 있고 개체 속에는 없다는 입장, 개체 속에만 있고 인식 속에는 없다는 입장, 인식 속에도 있고 개체 속에도 있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첫째의 경우는 극단적인 실재론이다. 요하네스 에리우게나, 안셀무스등이 주장했다.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생각이며 개체들 이전의 보편자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의 경우가 유명론이다. 로셀리누스, 오캄 등이 주장했다. 개체들 뒤에 있는 보편자로 표현된다.
 
세 번째의 경우는 중도적 실재론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보편은 신의 정신 속에서는 개체에 앞서고 형상으로서는 개체들 속에 있고 인간의 추상적인 마음의 개념으로서는 개체들 뒤에 있다는 입장이다. 중도적 실재론이 중세의 신학과 철학을 지배한 스콜라 철학의 토대인데 토마스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프레임을 빌려 집대성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으로 교회는 이성을 포기하지 않고 신앙을 유지하는 큰 숙제를 풀게 되었고 이성과 계시, 신앙과 학문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유럽에 다시 살려 낸 사람이 아랍사람 이븐 시나라는 것에서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발견하는 것은 나만의 독단일까. 
 
빚이 빚을 낳는 것이 그리스 사태의 본질이다. 독일이 빌려 주는 돈은 빚 갚는데 다 들어가고 정작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쓸 돈이 없다. 세계의 지성과 양심들이 독일을 향하여  탕감을 빗발치게 요구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리스 지성의 도움으로 지금의 유럽이 있으니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몰아치지 않는게 어떨까. 일만 달란트나 되는 큰 빚을 탕감받은 종이 독일 아니던가.〠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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