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진 매릭빌 사람들(2)

추도사 쓰기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0/28 [10:52]
지난 번 칼럼에 소개한 호주 ABC TV 리얼 다큐멘터리 “행복으로 가는 8단계”의 첫 번째 단계는 ‘목표와 가치 찾기-추도사 쓰기’였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120만 명이 자기 추도사를 직접 써보며 죽음을 경험한 셈이다. 추도사 쓰기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매우 탁월한 동기를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큰 결심을 했으나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M-C-O라는 인간행동의 기본원리가 있다. 사람에게 동기(M-motivation)가 있으면, 그 동기수준의 능력(C-capacity)이 나타나고, 능력이 나타나면 상을 받는 기회(O-opportunity)가 주어져 다시 동기(M)가 강화된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동기(M)가 미약하면, 능력(C)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벌 받는 기회(O)가 주어지니 다시 동기(M)는 약해질 것이다. 이 원리에 의하면 인생은 M-C-O의 프러스 순환과 마이너스 순환으로 양분된다.

죽음이란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경험이다. 최근 심폐소생술의 발달로 응급실에서 죽은 환자들이 소생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소위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죽음은 가장 절실한 영적 체험이며, 전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임사체험자들은 전처럼 욕심을 부리거나, 시기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고 한다. 헛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성자가 된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기인생의 진정한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전 7:2).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전 7:4)고 말씀하신다.

매릭빌에 사는 출연자 8명 중에 벤(Ben)은 26세로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는 음악과 기타를 좋아하며,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여자 친구와의 이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듯 깊은 외로움을 느꼈고 삶에 의욕이 없었다.

자신의 직업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호주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빚도 많았다. 어떻게든 인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술과 유흥으로 세월을 보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놀고, 문제의식은 있지만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가 그의 인생을 좀먹고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불확실하면서 막막한 삶 등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제 인생을 계획해 본 적이 없어요. 목표도 세워본 적이 없고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목표를 세우고 제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요. 아무리 사소한 목표라도 실천할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그가 추도사 쓰기를 통하여 8단계에 열심히 참여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벤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며, 빌사일삼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사람이 마음을 새롭게 하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며 바로 내 마음속 내재되어 있어 바로 누리고 살 수 있는 아닐까... 최근 국내교회 프로그램에 죽음 학교, 유언장 쓰기, 관 체험 등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 〠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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