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명의 한가운데를 기독교적으로 산책하면서 잠시 머물러 그들의 신화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그리스 신화는 내용이 풍성하고 영향력이 막강한데다 서양의 문명이 성경과 함께 그리스 신화를 젖줄로 삼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볼 것은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이 유커(여행자)의 미덕 아니겠는가.
알고 있듯이 그리스 신화는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영웅들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소개하고 우리 기독교는 그리스 신화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그리스 신화에는 무수히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나이키가 전 세계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운동화 숫자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아도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단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참고하여 주요 신들의 계보부터 정리해 보는 것이 좋겠다. 헤시오도스는 호메로스와 함께 그리스 문학의 양대 산맥이다. 헤시오도스의 글은 아름답고 생생한 비유들로 가득하다. 본인의 간증에 따르면 헬리콘 산에서 양떼를 치고 있을 때 무사(Mousa)의 여신들이 안개에 싸인 채 산정에서 내려와 자기에게 시인의 지팡이와 목소리를 주었는데 그때부터 낭랑한 노래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통기>에 의하면 태초에 카오스(혼돈의 공간)와 가이아(가슴이 넓은 대지), 그리고 에로스(영혼을 부드럽게 하는 사랑)가 있었다. 카오스로부터 에레보스(어둠)와 닉스(밤)가 생겨나고 에레보스와 닉스 사이에서 아이테르(천기)와 헤메라(낮)가 태어난다. 가이아는 우라노스(하늘)와 긴 산과 폰토스(바다)를 낳은 후 우라노스와 관계하여 티탄이라고 하는 6명의 남신과 티타니스라고 하는 6명의 여신을 생산한다. 드디어 하늘과 대지의 만남 즉 양성생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라노스는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기리라는 예언을 듣고 경계한 나머지 태어나는 아들마다 대지의 깊은 곳에 감금하는데 막내로 태어난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의 요청으로 아버지 우라노스를 제거하고 신들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크로노스 역시 아들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는 태어나는 아들마다 삼켜 버린다. 마지막 아들 제우스가 태어나자 아내 레아는 돌을 아이라 속여 크로노스에게 건네고 제우스를 살린다. 제우스는 곡절 끝에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거하고 패권을 차지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삼킨 형들을 구출하여 함께 천계를 지배한다. 제우스는 주신이 되고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명부를 나누어 관장한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이다. 아테나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이고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다. 아르테미스는 사냥과 출산의 여신이고 데메테르는 곡물의 성장을 주관하는 여신이며 헤스티아는 화롯불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태양신 아폴론은 음악, 미술, 의술, 궁술, 예언도 주관한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전령이자 나그네의 수호신이고 헤파이토스는 불과 대장간의 신이다. 아레스는 군신이며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의 신이자 주연의 상징이다. 정리해 보면 여신 6, 남신 6으로 성차별이 없음이 놀랍고 제우스의 일족지배가 돋보인다. 주요 신에만 제우스의 형 둘, 누이 셋(아내도 누이다), 아들 넷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올림포스 산에서 함께 살며 영생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고 넥타르를 마시며 매일 잔치를 벌인다. 그들은 불멸하는 존재이며 마음대로 형체를 바꿀 수 있다. 인간과 다름없이 사랑, 미움, 노여움, 선망등의 감정에 지배받으며 적의로 대하는 인간은 대적하고 선의로 대하는 인간은 선대한다. 제우스는 필요시 주요 신들을 올림포스 산정으로 불러 의논하였는데 회의에서는 격론이 오갔고 의결은 다수결로 하였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였고 미인계마저 심심찮게 활용되었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